온라인 UX, 오프라인에서도 먹힐까?

저는 주로 화면 안에서 일해요. 사용자가 어디서 헤매는지, 어디서 이탈하는지, 버튼 하나의 위치가 전환율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걸 고민하는 게 제 일이에요.

출발점 - 작년엔 뭐가 문제였을까

정말 다행이었던 건, 세이프유가 참여하는 박람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2024년, 2025년 한국 건설안전 박람회에 연달아 참여한 적이 있어요. 이해관계자들과 반복적으로 KPT 회고를 하다 보니, 과거 현장의 문제점과 디자인을 비교적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어요.

총 다섯 가지의 인사이트가 있었는데, 항목이 각각 다른 것 같지만, 묶어보면 결국 하나예요.

공간이 사람을 안내하지 못했다.

그게 출발점이었어요.

“사람은 어떻게 움직이지?” - 동선 처음부터 다시 짜기

동선을 어떻게 짜야 할지 감이 안 잡혀서 일단 관련 논문부터 찾아봤어요. 전시 환경에서 방문자의 시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부스에 더 오래 머무는지 다룬 연구들이었어요.

온라인에서 사용자가 화면 왼쪽 상단에 먼저 시선을 보내듯, 전시장에서도 사람은 입구에서 대각선으로 공간을 훑고, 자연스럽게 왼쪽 동선을 먼저 타요. 매체가 달라도 사람의 인지 패턴은 비슷하더라고요.

현장 답사도 반복했어요. 비슷한 규모의 전시회들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관찰했는데, 잘 되는 부스는 ‘들어오는 사람’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부터 설계하고 있었어요. 5미터 밖에서 시선을 잡지 못하면 그냥 지나쳐버리거든요. 랜딩 페이지가 스크롤 전에 승부를 내야 하는 것처럼요.

논문이랑 현장을 왔다 갔다 하면서 동선 초안이 나왔는데, 그 위에 작년 문제들을 하나씩 대입해봤어요.

작년엔 주요 콘텐츠가 벽 안쪽에 있었어요. 부스 안으로 들어온 사람만 볼 수 있는 구조였죠. 이번엔 반대로 했어요. 핵심 콘텐츠를 통로 쪽, 지나가면서도 시선에 걸리는 위치로 꺼냈어요.

상담존도 마찬가지였어요. 작년엔 상담이 동선 한가운데서 이뤄지다 보니 공간이 어수선했거든요. 이번엔 동선을 막지 않는 구석 쪽에 상담존을 따로 뒀어요.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온 사람이 깊어지는 흐름으로요.

제품 시연존도 위치를 바꿨어요. 안에서만 보이던 걸, 밖에서 지나가다 눈에 들어오는 구조로요. 부담 없이 일단 멈춰서 볼 수 있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안으로 유도할 수 있게요.

“근데 이게 실제 공간에서 어떻게 보이지?” - 블렌더를 켜다.

동선은 어느 정도 잡혔는데,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 벽면 디자인을 2D로 만들고 있는데, 공간감을 도저히 모르겠는 거예요.

평면으로 보면 괜찮아 보이는데, 실제 공간에서 저 텍스트가 눈높이에서 잘 읽힐지, 그래픽이 어느 각도에서 보이는지가 머릿속으로 잘 안 그려졌어요.

그래서 블렌더를 켰어요.

사실 아예 처음은 아니었고, 조금 만져본 정도였어요. 가장 힘들었던 건 의외로 스케일이었어요. 실제 부스 사이즈를 그대로 옮겨 넣는 게 생각보다 까다로웠어요. 단위 하나 잘못 잡으면 내가 서 있는 기준이 완전히 달라져버리니까요.

그래도 일단 만들어놓고 시점을 바꿔가며 돌려보니까, 평면에서 안 보이던 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 높이에 있는 텍스트는 실제로 서 있는 사람한테 저 각도로 보이겠구나.’ ‘이 그래픽은 정면에서만 잘 보이고, 측면에서 오는 사람한테는 묻히겠다.’

디자인 수정을 반복했어요. 배치도 바꾸고, 높이도 조정했어요.

시연 방식도 이때 같이 잡았어요. 작년엔 노트북으로 시연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걸렸고, 방문자가 흐름을 따라오기도 어려웠어요. 이번엔 키오스크형 터치스크린 구조로 바꿨어요. 주요 기능만 빠르게 체험할 수 있게 하고, 더 깊이 알고 싶은 분은 상담존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흐름으로요. 블렌더에서 그 공간이 실제로 어떻게 보일지 확인하면서 터치스크린 위치와 높이도 함께 잡았어요.

그리고 이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빛을 발했어요. 내부적으로 대표님, 이사님, 함께하는 팀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3D 시뮬레이션 자료를 가져갔더니 말이 훨씬 빨리 통했어요. “이렇게 될 거예요”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그냥 강력하더라고요.

“세이프유가 뭐 하는 곳이에요?” - 첫인상 다시 설계하기

작년 회고에서 가장 뼈아팠던 피드백이 이거였어요. 부스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세이프유가 뭘 하는 회사인지 바로 못 알아챘다는 거요. 들어와서 물어봐야 알 수 있는 구조였던 거죠.

리플렛 문제도 결국 같은 뿌리였어요. 작년 것을 다시 펼쳐보면서 뭐가 문제인지 찾기 시작했는데, 정보가 너무 많은 게 아니었어요. 뭘 전하고 싶은지가 불분명한 게 문제였어요.

그래서 이번엔 부스 디자인과 리플렛, 둘 다 같은 방향으로 손봤어요. 지나가는 사람도 3초 안에 “아, 세이프유구나”를 알 수 있게요.

부스엔 대형 스크린을 넣었어요. 핵심 메시지가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게요. 각 콘텐츠 영역마다 색상을 구분해서, 어디가 뭔지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읽히게 했어요. 리플렛도 같은 방식이었어요. 콘텐츠를 줄이고, 읽히는 순서를 다시 짰어요. 이걸 받아 든 사람이 3초 안에 뭘 가져가야 할지,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겐 뭘 줘야 할지. 온라인에서 페이지 구조 잡을 때랑 똑같은 질문이었어요.

이 작업, 사실 저 혼자 해낸 게 아니었어요.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직무별로 선을 긋는 게 아니라, 이 박람회를 향한 니즈가 처음부터 서로 맞아 있었어요.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직무 구분 없이 서로의 작업물에 피드백을 주고받고, 인사이트를 나누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일정표엔 분명 기획, 디자인, 개발 순서가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 일이 그 순서대로만 흘러가진 않았어요. 기획자가 3D 캐릭터 디자인과 렌더링을 맡아줬고, 저는 기준조차 잡혀있지 않던 스케치를 영상 플로우로 풀어냈어요. 그 영상 플로우를 개발자가 가져가서 디자인 시스템에 그대로 반영했고요. 한 사람이 만든 결과물을 다음 사람이 그대로 받아 쓰는 게 아니라, 서로 다시 들여다보고 의견을 얹고 고쳐가면서 넘겼어요.

시간은 늘 촉박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 촉박함이 서로를 더 자주 들여다보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누구 하나가 막히면 옆에서 자연스럽게 그 빈자리를 메꿨고, 그게 특별한 배려라기보단 그냥 당연한 흐름처럼 느껴졌어요.

생각해보면 온라인 프로젝트를 할 때도 다르지 않았어요. 기획자가 데이터를 보고, 개발자가 UX에 의견을 내고, 디자이너가 로직을 함께 고민할 때 결과물이 늘 더 좋았거든요. 이번 부스 작업도, 결국 그 방식 그대로였던 거예요.